더위와 장마가 이어지는 여름철, 예상치 못한 항문질환 악화를 호소하며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늘고 있다. 치질과 항문소양증 같은 질환은 겨울철에 심해지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상은 고온다습한 여름에도 쉽게 증상이 생기거나 악화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항문 주변은 혈관이 풍부한 부위로, 기온 변화에 민감하다. 겨울철에는 혈관 수축으로 인한 출혈과 통증이 발생하기 쉽지만, 여름철에도 설사, 땀, 분비물, 위생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염증과 자극이 생기기 쉽다.

특히,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음식이 쉽게 상하고 차가운 음료나 아이스크림 섭취가 늘어나면서 장운동이 불규칙해지고 설사 빈도도 높아지는 경우가 많다. 이런 변화는 항문 점막을 자극해 치질 증상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킬 수 있다.

최근에는 항문소양증을 호소하는 환자도 많아지는 추세다. 이는 단순히 가렵다고 넘길 수 없는 질환으로, 반복되는 자극이 만성 피부염, 습진, 곰팡이 감염 등으로 발전할 수 있다.

항문소양증은 배변 후 잔변감, 잦은 설사, 통풍이 되지 않는 의류, 장시간 앉아 있는 습관 등이 원인이 될 수 있으며, 항문 주위를 습하게 유지하게 되면 세균 번식 환경이 조성돼 증상이 악화된다.

문제는 많은 이들이 이러한 증상을 ‘금방 지나갈 불편함’ 정도로 여기고 민간요법이나 연고에 의존하거나 병원 방문을 미루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하지만 치질은 방치할 경우 출혈, 통증, 탈항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항문소양증 역시 기저 질환 유무에 따라 치료법이 달라질 수 있어 정확한 진단이 선행되어야 한다.

영통항외과의원 이준상 원장은 “여름철에는 **설사나 땀 등 계절 특성이 항문 부위에 자극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사소한 증상이라도 반복된다면 무시하지 말고 병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이어 “치질은 조기에 발견하면 약물이나 생활습관 개선만으로도 충분히 호전될 수 있다”며, “진료를 늦출수록 수술이 필요한 단계까지 진행될 수 있으므로 치료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 증상 악화와 비용 부담을 막는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