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머리가 빙글빙글 도는 것 같아요.” 신경과 진료실에서 자주 듣는 말이다. 환자들은 어지럼증을 각기 다르게 표현한다. 어떤 이는 천장이 도는 것 같다고 하고, 또 다른 이는 발이 땅에 닿지 않는 듯 불안정하다고 말한다. 중요한 점은 이 모든 증상이 단순히 ‘가벼운 현상’으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어지럼증은 원인에 따라 양상이 달라진다. 귀 속 문제로 생기는 말초성 어지럼은 갑작스럽게 발생하지만 비교적 예후가 좋은 편이다. 그러나 뇌혈관 질환에서 오는 중추성 어지럼은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따라서 위험 신호를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
주의해야 할 신호로는 △갑작스럽고 극심한 어지럼 △말이 어눌해지거나 한쪽 팔다리에 힘이 빠지는 증상 동반 △시야가 겹쳐 보이는 증상 △50세 이후 새로 발생한 어지럼 등이 있다. 이런 경우 뇌졸중 가능성을 반드시 고려해야 하며, 지체 없이 신경과 검사를 받아야 한다.
말초성 어지럼의 대표적인 질환인 BPPV는 고개를 움직일 때 짧게 반복되는 어지럼이 특징이다. 메니에르병은 어지럼과 난청·이명이 함께 나타나며, 발작이 수시간 지속되기도 한다. 전정신경염은 며칠 동안 심한 어지럼과 보행장애를 유발한다. 이들 질환은 대부분 치료와 재활로 회복이 가능하다.
진단을 위해서는 병력 청취가 중요하며, 필요시 전정기능검사나 뇌 MRI로 감별한다. 치료는 이석정복술, 약물, 전정 재활치료 등 원인별로 달라진다. 생활습관 관리 또한 필수적이다. 수면·스트레스 관리, 규칙적 운동은 회복과 예방에 도움이 된다.
결국 어지럼증을 가볍게 여기지 말아야 한다. 특히 위험 신호가 보인다면 시간을 지체하지 말고 전문 진료를 받는 것이 생명을 지키는 길이다.
미사별이랑청담신경과 원장 이순금